인간 사유의 여정은 언제나 경계 위를 걷는 일이었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은 구분하고 체계화하며, 정리하고 나누어왔다. 그러나 그 경계가 어느 순간 너무 견고해질 때, 인간은 자기가 만든 체계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경계는 원래 초월을 지시하는 틈새였으나, 점차 그것이 닫히고 단단해질 때, 은총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중세 스콜라 신학의 거장,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연과 은총의 통일된 조화를 바라보던 고대-교부 전통에서 벗어나, 이 둘 사이의 구분을 시도했다. 이는 자연의 고유성과 이성의 질서를 긍정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구분은 은총의 초월성과 자유를 제약하고 말았다. 본래 자연과 은총은 조화롭게 서로를 해석하고 드러내는 관계였다. 그러나 구분하는 순간, 은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