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지나간 신앙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면 그 만큼 자신 안에 처음 심겨졌던 믿음이 얼마나 잘 자라고 있을까? 또 자기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세미하신 손길을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는가? 이런 종류의 관심사가 있는가?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매미 같은 곤충을 보면 7 년을 땅 속에서 유충의 형태로 자라다가 나무로 올라와서 성충이 되는데, 여름이면 소리를 내며 살아있는 시간이 불과 열흘이라는 아주 짧은 생을 살다가 마칩니다. 이 곤충이 인격적 존재라면 스스로 얼마나 허무감을 느끼겠습니까? 7년을 어두운 땅 밑에서 고생 고생하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후 불과 10일만에 생을 마감한다면...
그런데 우리들 신앙의 길도 이런 자연의 교훈들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내 신앙이 참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라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때면, 스스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신앙이란 물론 분명하게 자라는 모습이 보일 때도 있습니다만, 마치 땅 속의 매미 유충처럼, 오랫동안 보이지 않지만 진정한 신앙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매미 유충이 땅 속에서 어떻든 살아있는 것이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날개짓을 해서 번식이라는 사명을 다합니다.
어떤 기간 동안에 우리의 신앙은 잠잠히 있으며,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면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 죽은 것 같지만 봄이 되면 다시 싹이 돋아납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철이기 때문이죠. 주께서 정하신 질서의 내용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그런 잠잠한 시기란, 햇볕과 같은 하나님의 은혜가 잠시 구름에 가려져 비추지 않을 때 입니다. 이차 원인들은 여러 가지 일수 있겠습니다. 우리 자신의 허물과 나태함일 수 있고, 더 나은 성숙을 위한 훈련일 수도, 또 잘못으로 인한 징계일 수도 있고... 다양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하나님의 자녀는 그대로 죽지 않고 죽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 회복의 길들을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이신다는 것 입니다.
참된 신자는 자기 안에 있는 죄의 끈질긴 흔적을 보며 괴로워 하고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백성을 놓치 않으시고 견인하시는 그의 기쁘신 뜻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언제나 그 분은 먼저 손을 내미시며 가까이 다가 오십니다. 숨어있던 아담에게 하셨듯이, 그리고 마지막 날엔 그의 아들로 우리 곁에 가까이 오셨습니다. 이제는 그 분 안에 우리가 있고, 우리 안에 그 분이 있는 그런 결합의 형태는 세상의 어떤 방해로도 풀 수 없는 영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