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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소박한 나그네 2015. 10. 13. 00:06


어떤 회에서 오랫동안 기득권을 가지며 자기 권리 행사의 당연함을 맛 보았던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권리와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무시되거나 침해를 당했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그 회 자체를 파괴하려고 한다.  그러나 기득권을 갖지 못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수의 기득권자들에 의해 최소한의 권리 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거나 해를 받았을 때, 회를 파괴하거나 저항하기 보다는 순응하고 자기 반성과 자기 비하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런 현상들은 사회에서만이 아니라 교회정치 안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은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때로는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며 모든 자의 허물을 다 덮어줘야 할 것처럼 말하다가도 어떤 경우에는 하나님의 거룩으로 바늘끝에 올려놓을 만한 허물도 파헤쳐 복수하려고 든다.  이러한 이중성의 원인은 "자기 이익"에서 출발하고 있다.

교회법은 최소한의 질서라고 해야 한다. 적어도 이 선 이하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지시가 있다.  교회법 앞에서 사랑과 긍휼과 자비를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주님의 몸된 질서를 유지케 하는 최소한의 하안선 마저도 무너뜨리려 하는 사람이다. 인간의 부패성에 대한 고려가 거기에는 없다.

모든 사안들이 종결되었지만. 이제 그 종결로부터 새로운 사안들이 시작될 것이다. 진실은 이기고 지는 승패에 달려있지 않다. 때로는 진실이 오해와 비난과 조롱을 끌어안고 장열히 죽어야 될 때도 있다.